안녕, 에디터B다. 굿즈 시장의 최전선에 컵이 있는 이유는 실용성 때문일 것이다. 커피나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고, 하다못해 물만 따라 마셔도 온전히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실용성 너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컵은 테이블 위에 놓여 무언가를 상기시키기는 역할을 한다. 컵을 준 사람을 떠오르게 하고, 여행지에서 산 컵은 좋았던 순간을 잊지 않게 만든다. 몰개성적인 사무실 책상도 컵 하나로 나를 드러낼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나의 가치관을 머그컵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오늘은 9가지 컵을 소개하려고 한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현장 구매만 가능한 제품이 두 개 포함되어있다. 그럼 시작한다.


[1]

“경주에 가면 생각날 거야”

No Words M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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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노워즈는 경주에 있다. 경주에서 노워즈가 유명한 이유는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 때문이지만, 컵이 예쁘다는 것도 작게나마 영향은 주지 않았을까 싶다. 노워즈는 많은 이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는 절대 머그컵을 판매하지 않는다. 유일한 방법은 현장 방문하는 것뿐. 아이러니하게도 구매 방식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더 갖고 싶다(심지어 현장 구매도 1인당 최대 3개 구매 제한이 있다). 언젠가 경주에 간다면 불국사 그립톡, 다보탑 키링을 사듯 노워즈 머그컵을 기념품으로 사고 싶다. 컵을 볼 때마다 경주의 시간이 떠오르겠지.


노워즈 no words


경북 경주시 태종로 744 2층

매일 12:00-18:00

@no_words______


[2]

“똑같은 순간은 없으니까”

패브릭포터리 – Helen Line Ring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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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포터리를 단순히 디자인이 예쁜 컵이라고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패브릭포터리는 1970년대 탄생했다가 80년대에 폐업한 시애틀의 리빙 브랜드다. 그 브랜드를 현재 패브릭포터리의 디렉터 이규원이 부활시켰다. 패브릭포터리의 디자이너 짐 맥브라이드의 유가족을 만나 정식으로 권리를 넘겨받는 등 끈질긴 노력으로 브랜드를 되살렸다. 시간, 노력, 애정, 끈기의 산물이다. 그래서 패브릭포터리의 컵을 소유한다는 건 컵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쏟아부은 시간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패브릭포터리하면 동그란 구멍의 두꺼운 손잡이가 달린 컵이 유명한데, 지금 소개하는 건 유약이 흘러내리는 헬렌 라인이다. 추상 표현주의 예술가 헬렌 프랑켄탈러의 스테인 페인팅 기법을 표현해 만든 제품이다. 스테인 페인팅은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리는 게 아니라 물감을 캔버스 위에 직접 부어버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똑같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패브릭포터리의 헬렌 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은 6만 9,000원.


구매 링크

@fabrik_pottery


[3]

“조금씩 마음을 빼앗기는 매력”

림인시스 – Deep Sea peace dented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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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인시스는 두 자매가 직접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하는 세라믹 식기 브랜드다. 플레이트, 보울, 컵 등 다양한 형태의 세라믹 식기를 판매한다. 디자인이 범상치 않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곰을 그려놓은 컵이 있는데, 그것도 마냥 귀엽지 않다. 귀엽다기보다는 어두운 느낌마저 든다. 림인시스에 대한 인상을 한 가지 단어로만 표현한다면 ‘빈티지’인데, 과거의 제품을 흉내 낸 빈티지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림인시스를 처음 봤을 땐 ‘이게 예쁜가?’ 했는데, 보면 볼수록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게 된다. Deep Sea 라인의 peace dent cup은 일렁이는 파도 일러스트와 구겨진 듯한 쉐입이 흥미로운 통일성을 준다. 가격은 3만 5,000원.


구매 링크

@liminsis_lab


[4]

“작은 성공에서 출발하기”

문장수집가 M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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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가 머그는 콘텐츠 레이블 ‘아틀리에 드 에디토’에서 만든 머그다. 먼저 출간한 <문장수집가 NO.2 SMALL SUCCESS>에 적힌 데일 카네기의 문장을 발췌해서 새겼다. 매일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공허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불안과 행복, 공허와 만족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나아가도록 설계된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성공과 작은 성취감을 적당한 빈도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 적당한 성취감을 반드시 업무에서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20분 일찍 일어나서 동네 산책하기, 운동하기 같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것도 삶에 큰 동력이 된다.  ‘START WITH A SMALL SUCCESS’라는 문장을 테이블에 올려두면 왠지 오늘부터 그래야 할 것 같다. 가격은 9,500원.


구매 링크

@atelier_de_edito


[5]

“니스 근처에도 가 본 적  없지만”

오노프맨션 – Nice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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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예쁘다는 말이 나올 법한 머그다. 오노프맨션의 NICE HOLIDAY는 프랑스 남부의 해안 도시 니스의 여름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머그다(NICE는 나이스가 아니라 니스). 나는 프랑스 남부는커녕 프랑스에도 얼씬거려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라는 말을 들으면 ‘그곳은 지상낙원’이라는 문장이 자동 완성된다. 따사로운 햇살, 반짝이는 윤슬,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 발가락 사이로 흐르듯 부서지는 고운 모래 그리고 화이트 와인(캬아). 언젠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닮은 머그를 노트북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질 것 같다. 100일 휴가를 기다리는 신병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을까. 가격은 2만 3,000원.


구매 링크

@onoffmansion